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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플랫폼 노동으로 흡수되는 영세 사다리차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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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으로 흡수되는 영세 사다리차 노동자기업형 콜센터 주선업무 독점, 수수료 급등 … "노동자 고사 위기, 정부가 수급조절·규제 정책 써야"                

  • 김미영
  • 승인 2019.08.26 08:00
                
   
▲ 건설산업노조 사다리차지부가 지난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사다리차·고소작업차 수급조 절 및 정책요구 집회’를 열고 있다.<건설산업노조>

서울 송파구에서 사다리차 운전자로 10년째 일하는 A씨는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든 때가 없다"고 말한다. A씨는 화물차에 특수장비인 사다리를 장착해 이삿짐이나 가구·가전을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A씨는 지역 사다리차협회에 월 회비 20만원가량을 내고 회원들끼리 순번제로 일감을 받아서 매월 안정된 수입을 올렸다. 월회비에는 사다리차 주차장 이용료도 포함됐고,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2014년부터 콜센터가 등장해 가전·가구업체의 사다리차 일감을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A씨도 일을 받기 위해서 콜센터 회원으로 가입했다. 콜센터는 무전기를 이용해 가까운 곳의 일감을 바로바로 배정해 주는 역할을 했다. 콜센터 등장으로 최근 지역 사다리차협회들이 고사하기 시작하자 콜센터가 생길 당시 7%였던 수수료는 17%까지 솟구쳤다. 콜센터 업무에 불만을 제기하면 업무 배정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덩치가 가장 큰 S사다리콜센터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사다리차뿐만 아니라 고소작업차와 각종 중장비 주선까지 업무 영역을 확산하는 추세다. A씨를 비롯한 사다리차 노동자들은 "콜센터가 기업형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영세한 사다리차 노동자들에게 각종 갑질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화물 주선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규 아파트 사다리차 이용 불가 추세
정부가 공급과잉 대책 마련해야


25일 건설산업노조 사다리차지부(지부장 임성호)에 따르면 사다리차 공급과잉으로 덤핑 경쟁이 심각한 가운데 기업형 콜센터의 횡포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다리차지부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다리차 신규허가 제한 등 규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자동차의 경우 15년 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후 영업용 번호판 신규 발급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 화물시장 안정화와 화물노동자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 허가를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물차에 특수장비를 장착하는 사다리차는 '특수작업형 특수자동차'로 분류돼 예외적으로 증차가 허용된다.

임성호 지부장은 "사다리차가 전국에 3만여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다리차는 주로 고층아파트 이사에 사용되는데 최근 건축한 아파트는 미세먼지와 보안을 이유로 시스템 창호나 고정창으로 시공돼 사다리차를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일감이 크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일감은 줄어드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사업자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 보호장치 전무

일감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다리차 노동자의 지위도 바뀌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사다리차 노동자들은 지역별로 자체적인 협회를 만들어 주차장을 공유하고 일감을 나눴다. 그런데 기업형 콜센터가 등장하면서 개인사업자였던 사다리차 노동자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바뀌고 있다.

S사다리콜센터는 사다리차 화물 주선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전국에 23개 대리점을 두고 5천여명의 사다리차 노동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콜센터는 무전기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화주와 사다리차 노동자들을 연결해 주고 10~17%의 수수료를 챙긴다. 사다리차지부는 “S사다리콜센터가 가구업체나 가전제품 판매업체 같은 대기업 화주에게 사다리차 이용료를 헐값으로 낮춰 주고 일감을 독점한 후 그 비용을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사다리차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사다리차 시장에도 화물 주선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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